September 17, 2008

고요

R.M. 릴케

너에게는 들리겠지, 사랑하는 이여, 나는 두 손을 높이 올린다.
너에게는 들리겠지, 이 살랑거리는 소리가...
고독한 사람의 못짓에는 모두
많은 사물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을까?

너에게는 들리겠지, 사랑하는 이여, 나는 눈을 감는다.
이것도 소리가 되어 너의 귀에 닿는다.
너에게는 들리겠지, 사랑하는 이여, 나는 다시 손을 올린다.

... 그런데 너는 왜 여기 없는가.
보일 듯 말 듯한 나의 움직임이
비단 같은 고요 속에 뚜렷이 떠오른다.
있는 듯 없는 듯한 흔적이
먼 곳 드리운 장막에 지워버릴 수 없게 떠오른다.

나의 숨결에 따라
별이 보였다 가렸다 한다.
마시란 듯이 나의 입술에 향기가 밀려오면,
나는 멀리 있는 천사들의
손목을 알아 본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너만은,
너만은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