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뉴욕한인 ‘미군입대 시민권 첫 취득’ 화제
[뉴시스] 2009년 04월 13일(월) 오전 00:26
미국에서 합법비자를 소유한 외국인들이 군입대시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된 가운데 뉴욕의 한인이 불혹의 나이에 미군에 입대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인사회 1호 케이스로 알려진 주인공은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에 거주하는 서상우(40) 씨. 최근 미군 입대를 위한 1, 2차 시험을 통과한 그는 11일(이하 현지시간) “다음달 6일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부대에 집결해 훈련소가 있는 조지아주로 떠난다”고 밝혔다.서씨가 나이 마흔에 미군 입대를 결심한 것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다. 아내(38)와 규현(12) 다현(10) 남매를 둔 그는 3년전 유학생으로 미국에 왔다. 그러나 가장 겸 유학생의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어학원을 통해 어렵게 신분을 유지하던 그로선 영주권을 통한 안정된 정착이 급선무였다.
미군 입대의 길을 알아봤지만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만이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합법비자를 소유하면 군입대가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모병소로 달려갔다. 많은 나이가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군입대는 만41세까지 신청이 가능했다.
경험이나 쌓을 생각으로 그 자리에서 시험을 본 것이 덜컥 붙었다. 영어와 수학 두과목으로 된 1차시험은 영주권 시민권자는 31점이상이면 합격이지만 신분이 다른 사람들은 51점이상이 데드라인이다.2차시험은 영어 수학은 물론, 지구과학, 전기, 자동차와 IQ테스트 등 10개 과목이나 됐고 쉬지 않고 3시간을 봐야 했다. 가족을 위해 반드시 군에 가야겠다는 열망이 커서일까. 공부를 전혀 하지 못하고 봤지만 거뜬히 합격했다.서씨는 내친김에 “말뚝을 박겠다”고 한다. 태권도 3단에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는 183cm의 건장한 체구를 자랑한다.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직업군인을 희망했다.
한국에서 군복무할 때는 시력때문에 보충역 판정을 받았지만 그래도 수도권 부대에서 ‘전투방위’로 복무하며 헬리콥터도 타는 등 일부러 혹독한 훈련과 군기체험을 했던 그였다.미군 훈련도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군대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인내할 수준”이라는게 서 씨의 말이다. 하지만 20대 동기들과 함께 훈련해야하는 마흔살의 그에게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다.서 씨는 우선 담배부터 끊었다. 어차피 훈련소에서는 흡연이 금지되기때문에 이번 기회에 금연을 결심했단다. 운동을 쉰지가 오래 되서 합격 직후부터 매일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5월 9일부터 조지아에서 9주4일간 기본훈련을 받고 앨라배마로 옮겨 12주3일간 직업훈련을 받는다. 도합 22주의 훈련기간이다. 항공정비병과에 배속된 그는 “사실 자동차도 수리할 줄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2차합격후 적성테스트 등을 거쳐 적당한 병과를 선택한 것이기때문이다. 군대에서 기술도 배우게 되는 셈이다.미군 복무는 보통 의무기한이 4년이지만 직종별로 기간이 다르다. 서 씨의 경우 6년 계약을 맺었다. 분야에 따라 ‘사이닝(계약) 보너스’도 주는데 대개는 2만달러이지만 학자금 융자를 포함하면 7만~8만 달러가 되기도 한다.하지만 누구나 보너스를 주는 것은 아니다. 서 씨의 경우 받지 못했는데 “근무의 위험도에 따라 보너스가 책정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학력에 따라 계급을 다르게 시작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훈련소 생활을 마치면 고졸은 이등병인 E1으로 시작하고 2년제 대졸자는 일병인 E3, 4년제 대졸자는 상병인 E4가 된다. 물론 계급에 따라 호봉도 다르다.한국처럼 일정 기한이 지나면 진급이 되는게 아니라 진급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진다. 이때문에 6년째 E4로 있거나 4~5년 만에 E7까지 진급하는 이들도 있다. 사병으로서 가장 높은 계급은 준위와 비슷한 E9인데 육군 전체에 한명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장교는 W1에서 W5으로 나눠진다.전쟁지역에 파병될 가능성에 대해 서 씨는 “군인이라면 당연히 명령에 따라 가야 하는 것 아니겠냐? 그것이 두려웠다면 지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알려진대로 미군은 안정된 직장이기도 하다.
최말단 사병인 E1은 연봉이 2만달러도 안되지만 지역에 따라 매달 2000 달러 내외의 렌트비를 지급하고 각종 할인혜택과 다양한 특전이 주어진다. 훈련병 생활을 마치면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고 2년이 지나면 자신이 살고 싶은 지역을 선택할 수도 있다.요즘 경기 악화로 미군 입대 열기는 아주 뜨겁다. 특히 합법비자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면서 한인사회를 비롯한 소수계의 미군 입대신청이 러시를 이루고 있어 경쟁률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서 씨는 “주5일 근무에 매년 유급휴가가 30일이다. 요즘같은 불황에 이 정도 혜택이라면 정말 좋은 직장”이라며 웃는다. 그는 “나이 마흔에 새삼 각오를 보이는게 쑥스럽지만 젊고 팔팔한 미국 아이들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한국인의 깡다구’를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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